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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 '수업 예산' 크게 남긴 대학들.."등록금 감면해야"
    뉴스 2020. 9. 4. 17:35

    [경향신문]

    대학생 모임인 ‘코로나대학생119’가 지난 5월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실제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과 현장실습, 국제교류 등에 책정된 예산의 상당수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생들은 지난 7월 2일 ‘화난사람들’과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전국 대학교 온라인 강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했다. 8월 18일에 마감된 해당 프로젝트에는 총 2만3593명이 참가해 109개 대학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진행됐다. 화난사람들은 온라인 공동소송 플랫폼이다.

    이들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이유는 ‘위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훈령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등록금 면제·감면은 교육과정이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 가능하다. 올해 1학기 강의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됐지만, 교육과정은 운영됐기에 등록금 반환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변호사)는 반환청구소송을 하는 것보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최 변호사는 “그렇다면 손해배상을 검토해야 하는데,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 학교 측 정보를 받아보면 강의 운영 실태를 알 수 있다. 위법성 요건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1학기 현장실습·국제교류비 남아돌아
    학생들과 화난사람들이 각 대학에 청구한 항목은 ▲온라인 강의 운영기준, 지침, 가이드라인 ▲개설된 수업의 온라인 강의 운영 현황 ▲개설된 수업의 온라인 진행 지도점검 현황 ▲온라인 강의에 편성된 예산과 실제로 집행된 예산 내역 ▲2020학년 1학기에 책정된 현장실습지원비, 국제교류지원비 예산 및 집행내역 등이다.

    경향신문 확인 결과 정보를 공개한 대학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와 현장실습비, 국제교류비 등으로 책정된 예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다. 8월 27일 기준으로 109개 대학 중 정보 공개가 30곳, 일부 공개가 25곳, 비공개가 15곳이다.

    먼저 온라인 강의 관련 예산 집행이다. 부산외대는 3억6100만원 중 1억6000만원(45%)만 집행했고, 경기대도 3억7300만원 중 1억6100만원(45%)만 집행했다. 동서울대도 편성 예산 1억600만원 중 4450만원(42%)만 집행했다. 반면 연세대와 나사렛대의 온라인 강의 관련 예산 집행률은 각각 80%와 84%로 높았다.

    쓰이지 않은 예산도 문제지만 애초 예산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대학도 있다. 원광대는 온라인 강의 관련 1학기 예산이 45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집행금액은 1억9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원광대는 “전년도와 동일하게 예산이 책정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머지 예산은 긴급 책정돼 투입됐다”고 말했다. 경인여대도 책정된 예산은 없는데 1억1000만원이 집행됐다. 백석대 역시 책정 예산 없이 집행내역만 1억 7700만원만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을 대신해 직접 대학교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박재천 변호사(변호사 박재천·홍현진 법률사무소)는 “아예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보낸 대학이 여럿인데, 문제가 있다”며 “소송으로 가게 된다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예산도 책정이 안 된 상황에서 계획적인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지원비와 국제교류비는 온라인 강의 관련 예산보다 더 많이 남았다. 현장실습비를 보면 연세대는 1억6000만원 중에 4200만원(26%)을 사용했다. 부산외대는 2억2000만원 중 9400만원(43%), 상명대는 3억1000만원 중 1억원(32%)을 사용했다. 백석대는 현장실습비 1억3000만원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해당 대학의 학생 100명 이상이 참가하면 화난사람들과 정보공개청구 센터에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쳐


    국제교류비를 보면 연세대는 1억4000만원 중에 3400만원(35%)이 교환학생 장학금 등으로 사용됐다. 백석대는 1억8900만원 중 3600만원(19%), 상명대는 2억7000만원 중 2200만원(9%)만 사용했다. 부산외대는 국제교류비 8600만원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성신여대는 6300만원 중 4700만원(75%)을 사용해 높은 집행률을 보였다.

    대학생들 “2학기 등록금 감면해야”
    그렇다면 등록금 반환이 가능할까.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만약 정보공개청구 내용을 바탕으로 소송을 하게 된다면 대학이나 학과마다 금액을 다르게 책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실습이나 국제교류 비중이 높은 학과일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대학 등록금이 반환된 사례가 있다. 수원대 학생 50여명이 학교 법인과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2013년 7월 “학교 재정이 매우 양호한데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8년 7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판결로 수원대는 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30만~90만원을 반환했다.

    등록금을 반환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대학들은 코로나19 장학금, 지원금 명목으로 몇십만원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다영씨(19)도 얼마 전 코로나19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1학기 10만원, 2학기 10만원, 총 2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고등학교 때 인강사이트에 20만원을 내면 ‘프리패스’를 끊을 수 있었는데 대학은 300만원짜리 인강인데 퀄리티도 좋지 않다”며 “등록금 감면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이런 식으로 선심 쓰듯이 돌려주는 건 책임 회피다”라며 “대학들은 이미 2월에 1학기에 대면 수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았다. 1학기 등록금이 감면됐어야 정상이고 2학기 등록금도 감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8월 12~16일 전국 대학생 2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93.7%는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이 중심이 된다면 등록금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등록금 감면이 필요한 이유로는 ‘대면수업을 기준으로 책정된 등록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70.4%)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다’(70.4%) 등이 꼽혔다.

    박재천 변호사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일부만 공개하거나 학교에 대해서는 이의를 신청하고, 이의신청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심판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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