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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대학혁신의 본질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시사 2020. 7. 24. 17:51
[기고] 대학혁신의 본질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2020-07-22 12:23:31 게재
이보경 대교협 교양기초교육원 원장,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코로나19로 세계화도, 국제적 분업도, 하늘길도 멈춰섰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BC)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들린다. 지구촌 인구가 늘고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전염병이 부쩍 잦아졌고 더 독해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은 여러번 있었다. 20세기만 해도 스페인독감과 아시아독감으로 각각 5000만명과 200만명이 사망했다. 14세기 흑사병은 유럽과 중동에서 최대 1억명을 희생시켰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카 대륙의 3대 문명은 16세기 유럽에서 건너온 천연두로 유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진 전염병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8세기 기록으로 알려진 ‘일리아스’에도 등장한다.
대학들이 기초학문에 공들이는 이유
과학과 기술의 진보, 그에 따른 사회 시스템 발전으로 인류는 많은 편익을 누리지만, 그로 인한 많은 문제에도 직면한다. 전염병 창궐, 기후변화, 자원고갈, 지속가능성 등은 인류 모두의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반대되는 주장이 서로 대립한다.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오랫동안 검증된 지식 체계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분석적으로 추론하는 능력도 필요하며,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바를 성실히 추구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오래된 학문체계에 농축되어 있다. 이 학문의 지식과 사고방식은 어떠한 상황에도 잘 전이되는 특징이 있어서 우리는 이를 ‘기초학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계 수준의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기초학문을 강조하고, 교육과정에 충실히 반영하려고 애쓰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한세기 동안 미국의 모든 대학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핵심적 과목으로 교양교육(General education) 과정을 편성하고 모든 학생이 이수하도록 했다. 그 배경에는 교양교육을 강조하는 고등교육 환경이 미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의 동력이며 불확실성이 크고 변화가 심할수록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보편지성교육으로서 대학 교양교육을 인식하고 강조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국의 대학은 어떠한가? 전문지식이나 직업능력을 강조하면서 기본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도 재정지원의 조건으로 대학교육의 혁신을 요구할 때 그 절차와 방법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지금 대학교육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은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대학 사회가 묻고 성찰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대학 놓치는 게 없는지 성찰해야
팬데믹을 맞아 대학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끝이 대학 살리기는 아닐 것이다. 점점 더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가는 미래에 인간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는 보편지성교육으로서의 교양교육으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결국 대학혁신의 본질은 기본을 충실하게 가르치는 교육일 것이다.www.naeil.com/news_view/?id_art=356538
[기고] 대학혁신의 본질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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