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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인강만 못한 대학 원격수업…"2학기도 PPT만 읽으면 끝장"뉴스 2020. 7. 28. 10:56
대학가 1학기 원격수업 해보니
등떠밀려 시작된 온라인수업
부실강의에 화질·음질도 최악
학생들 "등록금 돌려달라" 반발
학생평가 우수강의 사례도 많아
수업후 조교가 1대1 질문받고
실험수업 위해 방송국 PD처럼
카메라동선 챙기며 리허설까지
◆ 코로나發 대학혁신 현주소 ◆
지난 1학기 한 사립대 교수가 빈 강의실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학기 조성재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체감형 일반물리학' 수업에 '온라인 헬프 세션'을 마련했다.
처음 원격수업을 해보는 1학년 신입생이 대상이다 보니 정규 수업과 별도로 조교가 주 1회, 2시간씩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줌)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코로나19로 대면 학습지도가 어려워지자 학생들은 온라인 헬프 세션을 통해 학습 관련 궁금한 점을 해결했다.
조 교수는 "학생이나 교수나 코로나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학생들이 최대한 대면 수업과 비슷한 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한 강의를 제공하고, 학생 참여를 이끌어 낼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험 수업은 최대한 자세히 카메라에 담아 보여줬다. 잠수함의 원리를 설명하는 실험에서는 공기가 들어 있는 고무 인형의 동작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카메라 앞에서 인형 내부를 펼치고 구조를 보여줬다. 마치 방송국 PD처럼 실시간 수업에 사용할 카메라 위치와 동선 등을 미리 계획하느라 실험 리허설 시간이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
학기가 끝나자 조 교수의 '체감형 일반물리학'은 학생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강의 중 하나가 됐다. 조 교수는 "비대면 수업이지만 토론처럼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을 하는 데 가장 노력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신용태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는 학생 평가 '만점'을 받았다. 타 대학에서 학생들이 교수의 성의 없는 원격수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거나 재탕·삼탕 콘텐츠에 '등록금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인 것과는 딴판이다. 무엇보다 신 교수는 "학생들에게 원격수업이 지루하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고 한다. 실시간 수업에선 학생 모두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이름을 더 자주 불렀다. 학점이 걸린 깜짝 퀴즈를 내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강의 영상은 사흘 동안 인터넷에 올려 학생들이 언제든 복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원격수업을 위해 수업 자료도 다시 화려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강의 평가에서 '집중이 잘됐다' '적극적인 소통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신 교수는 대면으로만 이뤄졌던 작년보다 올해 더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례 없는 원격수업은 대학 사회의 상호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부실한 수업에 반발한 학생들은 전국 모임을 만들어 '돈이 아깝다'며 등록금 반환 행진을 벌였다. 유튜브 동영상을 그대로 원격수업에 이용하거나, 오래전 판매된 동영상 강의를 그대로 수업에 이용하는 교수도 있었다. 학생들은 대개 '일방적인 단방향 수업'이나 '과제형 수업'을 진행한 강의를 최악으로 꼽았다.
재수해 서울의 한 사립대에 진학한 A씨(20)는 "학생들은 수능 일타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해서 자꾸 대학교수 강의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며 교수 목소리만 덧입힌 강의를 1시간 넘게 집중해 듣는 것만도 고역스러웠다"고 말했다. 강의 질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 대한 기술적 문제도 자주 불거졌다. 화질·음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조차도 해결되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대학 1학년생 B씨(19)는 "2만원짜리 마이크만 사용해도 음질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건 수업에 대한 성의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제 대학들은 코로나 2학기 대책 마련에 진땀을 빼고 있다. 갑자기 진행된 1학기 원격수업은 실수가 다소 용인됐다. 하지만 2학기에도 교육의 질과 기술적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대학 평판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각 대학은 1학기 원격강의 우수 사례를 전체 교원에게 공유하고, 서버 증설과 학습관리시스템(LMS) 재정비를 하고 있다. 숭실대는 2학기 원격수업을 위해 서버를 증설·관리하려고 NHN과 연간 5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중앙대는 고품질 강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교수가 사용할 수 있는 촬영 스튜디오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 성균관대도 약 200개 강의실에 강의 녹화 시스템을 구축했고 신속대응팀을 2학기에도 계속 운영하며 수업 모니터링과 지원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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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인강만 못한 대학 원격수업…"2학기도 PPT만 읽으면 끝장" - 매일경제
대학가 1학기 원격수업 해보니 등떠밀려 시작된 온라인수업 부실강의에 화질·음질도 최악 학생들 "등록금 돌려달라" 반발 학생평가 우수강의 사례도 많아 수업후 조교가 1대1 질문받고 실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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