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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月 50만원 버는 강사 "안정직군 됐다고 코로나지원금도 못 받아"뉴스 2020. 8. 14. 16:08
◆ 강사 울린 강사법 1년 ◆
"강사법이 강사들 처우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주변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그 실체도 효과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서울 4년제 대학 강사 A씨는 올해 1학기 수강신청 학생 숫자가 미달돼 그동안 해오던 강의가 폐강됐다. 하지만 강사 자격은 유지돼 실업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의 강사 신분이 유지된 이유는 지난해 8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된 후 1년간 강사 교원 신분이 보장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강의는 없는데 강사라는 직위는 유지돼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강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강사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고용 안정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대학이 강사 구조조정에 대대적으로 나서며 일자리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대학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임용, 3년 재임용 기간을 보장한다. 대학은 방학 중에도 강사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한편, 강의 시간에 관계없이 퇴직금도 보장해야 한다. 인건비 증가에 부담을 느낀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 이전부터 일찌감치 강사를 줄이는 대신 초빙교원과 겸임교원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강사법이 강사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소폭 증가시켰다고 하지만 강사들은 "법 시행 전과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사립대 시간강사로 일하는 B씨는 대학에서 받는 임금이 월 50만원도 안 된다. 강사법 시행으로 변화된 것 중 하나는 고용보험에 가입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강사법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B씨 설명이다. 교원 신분이 주어져 `안정된 고용`으로 간주돼, B씨는 프리랜서를 위한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B씨는 "임금은 50만원도 채 안 되는데 정부 지원금은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생계 유지를 위해 대학 강사 일 외 대중강의와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서도 강사법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전업강사 10년 차라고 밝힌 C씨는 "이번 여름방학에 새벽 일을 시작했다. 두 달 정도 하는 새벽 아르바이트인데 4대 보험을 들어준다고 해 계약했다"며 "강사법 이후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았다.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만 한다"는 글을 올려 다른 강사들의 공감을 샀다.
강사법이 재임용 절차를 3년간 보장하지만 학생들 강의평가가 핵심적으로 작용해 `학생 눈치 보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강사들 설명이다. 강사 D씨는 "교수와 강사를 제대로 구분해내는 영리한 학생들에게 덜미가 잡힌 강사는 여전히 대학 울타리 내 을 중의 을"이라며 "학생들이 소소한 문제로 강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학교 측은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강사를 바로 직위 해제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됐고 학생 수까지 줄어들며 만성적 재정난에 허덕이는 와중에 강사법이 시행돼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에 적지 않은 투자 비용을 지출한 것도 강사들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 서울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적 입장에서 대학도 강사들과 공생 관계로서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교육부 등 정부 측에서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강사법 이후 대학 내 강사라는 말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임용, 재임용, 면직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대학, 강사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법을 둘러싸고 대학과 강사 간 긴장 관계가 계속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일 수 있고, 시간강사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우수한 강사들이 교단을 떠나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소연 씨(25)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강사법 시행으로 결국 학생들이 받는 교육 질 저하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문광민 기자 / 차창희 기자]'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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