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경향신문]'부정입학 사용' 대필 논문이 1년 넘게 학술지에..
    뉴스 2020. 9. 4. 16:12

    교수가 자녀 대입에 사용
    정부, 연구비 회수도 안 해
    적발 이후 후속조치 미흡

    [경향신문]

    교수 자녀의 입시에 사용된 대필 논문이 문제 제기를 한 지 1년6개월이 넘도록 철회되지 않고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를 지원한 정부 기관은 연구비 회수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고, 대필 논문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교수는 중징계를 면했다. 연구 윤리의 중대한 위반이 적발된 뒤에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과학·의학 논문 제공 웹사이트인 사이언스다이렉트에는 ‘멜라토닌의 M2 대식세포 양극화 통한 생쥐 스트레스성 염증 보호’라는 논문이 게재돼 있다. 당시 고려대학교 재학생 A씨와 이 학교 B교수가 각각 단독저자와 책임(교신)저자인 이 논문은 지난해 초 논란이 된 ‘자녀 논문 대필 지시 사건’의 ‘대필 논문’이다.
     
    논문을 등재한 국제면역약리학회저널 측은 저자나 대학으로부터 논문 철회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저널 편집장인 제임스 탤마지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 메디컬센터 교수는 지난 8일 e메일 인터뷰에서 “관련 사건에 대해 들은 바 없다. 출판물 윤리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단독·교신저자는 물론 이들의 소속 기관인 고려대 모두 연구 부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고려대 측은 대학이 관여한 논문이 아니므로 철회 요청 등의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연구수행자의 소속 기관에 검증 등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2016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연구를 지원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연구비 회수 등과 관련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단 지원금은 800만원이다. 재단 관계자는 “부정행위에 따른 (연구비) 회수나 사업 참여제한 조치는 중앙행정기관(교육부) 권한”이라면서 “교육부에 관련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관련 규정을 비롯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이모 교수는 2016년 자신의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실험 및 논문 대필을 지시해 이를 고려대 학부생인 자녀 A씨 이름으로 발표하게 했다.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실렸고 A씨는 이를 토대로 2018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교육부 감사 후 파면됐다. 서울대는 그해 8월 A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이 교수와 A씨는 지난해 5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구속과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논문의 책임저자인 B교수는 정직 등 중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 수강신청 시스템 조회 결과 B교수는 논란이 인 지난해 1학기부터 올 1학기까지 모두 강의를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감사 당시 고려대 측에 ‘연구참여자에 대해 법령과 학칙 등에 따른 조치’를 요청했지만 고려대는 징계 등 B교수의 신변 관련 조치를 교육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해서도 고려대는 교내 수상기록 취소를 제외한 입학 취소 등 여부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A씨는 고등학생 때도 대학원생들이 만든 발표자료로 학술대회에서 수상, 이 경력을 2014년도 고려대 수시전형에 활용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징계 결과는 당사자에게만 통보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대한 연구 윤리 위반이 적발됐음에도 후속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부실 학회 등 학술 생태계 건전성 문제를 연구해온 박진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연구 부정이 반복되는 것은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세금이 들어간 연구인 만큼 참여 제한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의 연구 개발(R&D) 문화에는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팽배해있기 때문에 현재 개별 대학에 맡겨진 연구부정행위 검증을 독립적인 연구진실성위원회 혹은 연구진실성조사국 등 외부 상설 기관에 맡기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이창윤 기자 ming@kyunghyang.com

Designed by Tistory.